<we love butter house>, acrylic on canvas, 116cm x 80cm, 2022
NOTE
버터는 재료의 역사적 의미와 제조 과정을 훑어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임이 분명하다. 복잡 미묘한 미각적 측면보다는 부드럽다는 질감을 음식에 더해주는 반면 우유의 지방으로 만들었기에 언젠가는 액체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의 긴장감이 도사리는 재료이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여유롭지만, 심적 긴장감을 안고 살아가는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 같다. 긴장이 풀리기 직전 가장 평온한 버터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 왔지만, 소박한 집 모양의 버터를 그리면서 긴장의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래 가사처럼 한 평생 살고 싶은 집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수년 전 마련한 지붕 있는 집은 처음 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집값 변동에 따른 매도를 고려한 불안한 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집을 닮은 버터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이유는 다시 새 집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개인적인 이슈와 누군가가 쏜 수많은 큐피드 화살들이 부담스러운 집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위함이다. 사고 팔리는 과정에서 무덤덤하게 자리를 지키거나 사라져야 하는 집의 감정을 느끼며, 과연 우리에게 그림 같은 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