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FHD 1ch, 2015, sold at UPBIT NFT
<없지만 있는 I’m here>는 ‘공존’에 대한 작가의 첫 번째 이야기다. 자본의 영향 아래에 매매되는 지구의 물리적 영역을 인간의 전유물인 것처럼 규정되는 모습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고민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생존의 순수함을 넘어선 소유는 사람 사이의 새끼손가락 걸기 수준으로 증명될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폭넓은 시야와 생각을 요구하지만, 앞만 잘 보고 가는 것도 힘든 현실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어떤 찰나에 존재하는 것들과 그들의 상황을 부각해 그려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너와 나의 영역을 구분하고 분석하는 상황을 게임이라고 설명한다면, 그래서 서로의 영역을 고수하기 위해 공격과 방어의 문제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는 순간에도, 동물과 동물, 식물과 식물, 곤충과 식물, 동물과 돌들은 서로를 너무 갈망하며, 있지만 없는 것처럼, 없지만 있는 것처럼 사람들 옆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서로 끌어안는 것만큼 객체 간의 구분영역이 사라지는 행위는 없다는 것이다. 끌어안는 것의 의미는 절대적 순수함과 고귀함을 지니고 있기에 가지런히 포개진 돌멩이나 쌍을 이룬 작은 나비만 보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경건해지며, 이런 시각은 거리와 관계를 이야기하는 <Last Day, 3ch video, 2019, 디뮤지엄>과 같은 작가의 최근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작품은 4k 해상도로 만든 후 작품 내 위치하는 주요 풍경을 자유롭게 크롭한 후 컷편집 과정을 거친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 크롭 부분을 먼저 제작한 후 마지막에 전체 풍경으로 합치는 과정으로 제작되는 것에 비하면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애니메이션 작품은 매력적인 한 장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 첫 프레임은 디지털 데이터가 아니라 물성이 있는 그림으로 제작을 하는 편이다. 애니메이션과 그림 작업을 동일시하는 작가의 시각에서 비롯된 절차이기도 하다.